설익은 단풍, 설악산의 가을
7년만에 설악산을 다시 찾았습니다. 이번엔 백담사에서 마등령을 거쳐 설악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이코스는 제가 83년도에 회사직원들과 설악동에서 마등령을 거쳐 백담사로 내려온 역코스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나이도 나이인지라 스틱과 등산복을 갖추고 예의바르게 산을 올랐습니다. 스틱을 들고 설악산에 오르긴 처음이었습니다. 스틱이 없었다면 이 험한 산을 어떻게 내려왔을까하고 자문할 정도의 쉽지않은 거리로 예전엔 어떻게 오르내렸나 내자신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백담사는 내가 2번째 찾아갔던 1983년 가을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백담사입구에서 백담사까지 셔틀 버스가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는 동안 보이는 수렴동계곡은 온통 백색의 바위로 예전의 모습 이 전혀 기억되지 않을 정도로 저에게는 새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계곡에는 여기저기 돌탑이 쌓여있는데 백담사의 주변 모습도 내가 30년전 여기왔었나 할정도로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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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으로 가는 길, 계곡물에 비친 내설악의 풍경과 주변의 붉은 단풍이 내설악의 아름다움을 알려주 고 있습니다.
IMG_7582P 공양국수를 먹은 후 각자 설겆이 모습
오세암 가는길에 내게는 기억조차 없는 영시암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공양국수를 한그릇 먹고나서 먹던 그릇을 씻어 다시 제자리에 갖다놓는 모습도 새롭습니다.
절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많아졌는데 국수를 절에서 나누어주는 모습은 예전 할머니들이 배낭에 쌀을 메고가서 절에 다 시주하던 때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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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시암에서 스님이 등산화에 등산배낭을 메고 있는 모습을 처음 보았는데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습 니다.
예전 백담사에서 대청봉으로 오를때 봉정암에서 만난 스님이 있었는데 고무신을 벗고 얼음물에 가까운 차가운 물에 발을 씻으며, 발이 시릴텐데도 입김을 뿜어내면서 "발이 시원하다"고 하는 모습이 웬지 정겨운 모습으로 그려졌습니 다.
세상이 달라졌으니 봇짐같은 것을 메고 다니는 스님보다는 차라리 등산배낭을 메고 다니는 스님이 현실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제모습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엔 스틱은 생각지도 못했고 티셔츠와 잠바 차림의 복장에 버너, 코펠, 꽁 치, 고등어 통조림을 배낭에 넣고 물통을 허리에 차고 오르던 시절과는 정말 달라진것 같습니다.
오세암 가는길에 만경대에 올랐습니다.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 오세암 가까운 능선에 오르니 '등산로 아님' 표시가 있는데 사람들이 주섬주섬 그곳으 로 올라가길래 보니 그 곳이 만경대로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83년도엔 만경대 안내판이 있어 그걸 보고 올라갔다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안내판이 없는게 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서둘러 올라갔습니다.
30년전 나에겐 인상적이었던 만경대도 예전의 그 만경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달라진건 그곳에 사람들이 많다는 것 과 만경대에서 눈에 띄지 않던, 더 비대해진 오세암의 모습만 눈에 들어올 뿐 내가 아름답게 느꼈던 그 만경대의 모 습은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탁트인 풍경은 보여주고 있으나 30년전 만경대에서 내려다본 설악산 시퍼런 계곡물이 환상적이었다면 지금의 만경대 아래의 모습은 그저 가을이 이제 왔음을 알려주는 산봉우리들의 모습만 보였습니다. 이제 옛 만경대의 모습은 없어져 아니 그전 보다 못해서 만경대의 안내판이 없어진 것일까요 ?
만경대에서 올라와서보니 오세암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유유자적 독서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등산와서 웬 독서 ?
보통 설악산은 장거리 등산이라 시간에 맞춰 서둘러 등산해야 하는데 다시 백담사쪽으로 하산하는지 몰라도 정말 여 유가 있는 모습입니다.
IMG_7637 오세암
만경대에서 허겁지겁 오세암으로 내려오니 오세암의 모습도 나에게는 처음 보는 양 낯설었지만 좀 더 있으면 오세암의 주변 모습도 더욱 아름다운 가을 모습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오세암에서 마등령으로 향하는 길에는 그나마 단풍이 있어 힘들게 오르는 사람들을 그나마 즐겁게 해 주었습니다.
마등령에서 늦은 점심을 하고 마등령 전망대에 보이는 공룡능선과 속초 앞바다를 보니 탁트인 하늘과 설악산의 풍경이 시원함을 보여줍니다. 마등령 전망대에서 풍경에 젖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어 스틱과 핸드폰을 잊어버릴 뻔 했지만 다행히 다시 찾아 가뿐한 마음으로 하산할 수 있었습니다.
IMG_7724PN1 마등령에서 본 공룡능선 (파노라마)
마등령 정상위 바위에 올라 다시한 번 들쭉날쭉한 공룡능선을 보고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겹도록 계속 내려가기만 하는 등산길을 보면서 올라오기가 쉽지 않겠다 생각하면서 예전엔 어떻게 이길을 힘들다는 생각도 없이 올라왔는지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산하면서 보이는 공룡능선의 모습은 좀 더 위용을 자랑하고 왼쪽으로는 울산바위가 보이기 시작했습 니다. 울산바위는 내가 대학교때 처음 등산을 하면서 친구 발만 보고 따라 철계단을 오른 적이 있습니다.
이후 몇번을 찾았지만 힘들게 올라가서 보면 당시 고무신 신고 올라온 커피장사 아저씨가 울산바위 전설을 이야기하 고 커피를 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고무신신고 올라오는 커피장사대신 설악산 구조대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에베레스트산도 등산화신고 배낭 메고 고생해서 정상에 올라 가보면 고무신 신고 산에 먼저 오른 커피장사가 거기에 있을 것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비선대로 하산하던 중 금강굴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지친몸을 이끌고 다시 금강굴로 오르자니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금강굴은 대학때 천불동계곡을 따라 대청봉에 오를때 딱 한번 올라가 보았던 곳입니다.
금강굴에 오르는 계단도 옛날과 달리 철계단으로 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옛 돌계단의 흔적은 철다리옆에 남아있어 옛추억을 더듬을 수 있었습니다.
올라가봐야 볼 것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블로그에라도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욕심으로 꾹참고 올랐습 니다. 금강굴에서 내려다 보이는 천불동 계곡은 하얀 뱀처럼 푸른숲 속에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금강굴은 크기가 7평정도의 자연석굴로 1960년대 말 속초에 사는 사람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되어 속초시청에 개발신 고를 내고 철계단을 만들고 동굴 이름도 금강굴이라 하여 입장료도 받아 운영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설악산이 국립 공원으로 지정된이후 개인운영은 중단되고 신흥사의 부속암자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금강굴 내부 모습은 법당처럼 꾸며져 있습니다.
비선대는 기암절벽 사이에 한 장의 넓은 바위가 못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와선대에 누워서 주변경관을 감상하던 신선이 이곳에서 하늘로 올라갔다하여 비선대라고 부릅니다.
비선대 가는 길은 더이상 등산로가 아니었습니다. 유원지라 표현하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서 그런지 계곡을 건너던 그곳에 커다란 다리가 놓여져 있고 식당 등 매점이 생겨 유원지의 모습이었습니다.
설악동에 세워진 설악산 신흥사 통일대불은 1997년에 완성된 것으로 역사적인 가치는 없으나 종교적인 측면을 떠나 그 규모면에서 관광상품으로의 효과는 크다고 생각됩니다. 국토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로 청동좌상을 세 웠습니다.
설악산을 내려오면서 느낀 거지만 원래 설악산내에는 가게나 매점이 없었습니다. 설악동 주변에 있던 상점들을 80년대에 모두 철거하여 설악산 국립공원 사무소 아래쪽으로 모두 이전시킨 것을 알고 있는데 2006년도에 왔을때도 못보았던 상가들이 들어서 있어 이제는 유원지의 모습을 하고 있어 의아스러웠습니다. 기껏 주변의 상가를 모두 철거하여 이전시켜놓고 이제와서 슬그머니 다시 상가를 만들어 놓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무튼 설악산의 가을은 아직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이번주에 설악산에 가시면 설악산의 가을을 흠뻑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 TIP
백담사행 셔틀버스운행 안내(2013.9.28 ∼ 11.03)
셔틀버스 터미널 : 강원 인제군 북면 용대리 963
운행시간 : 첫차 오전 7시, 상행막차 오후 5시, 하행막차(백담사) 오후 7시
* 계절에 따라 운행기간, 시간은 가변적입니다.
편도요금 : 어른 2,300원, 어린이 1,200원
운행간격 : 배차는 30분 간격이나 정원 37명이 다차면 출발
문의전화 : 033-462-3009(용대향토기업 백담마을버스)
셔틀버스 홈페이지 : http://blog.daum.net/gidxh3009
- 드래곤의 사진속 세상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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